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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난민, 귀순용사,탈북자, 새터민, 자유이주민
  글쓴이 : 서광선     날짜 : 08-01-28 11:14     조회 : 2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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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민, 귀순용사,탈북자, 새터민, 자유이주민


몇 년 전에 평양을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대동강 남쪽에 높이 솟아 있는 ‘김일성 주체탑’인가 하는 높은 탑위에 올라 서서 평양의 남쪽과 북쪽을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대단한 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탑위에 올라서서 대동강 남쪽, 저희들이 살던 곳을 멀리 바라보며, 저희 일행을 안내하는 청년에게 저기가 바로 우리 가족이 살던 곳이고, 우리 아버지가 묻힌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청년은  “언제 남조선으로 도망 갔습네까? 무슨 죄를 짓고 도망 갔습네까?

악덕 지주였어요?”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목사였습니다.”했더니,

“목사는 사상이 나쁜 사람 아닙네까?” 하길래

그래서 육이오 때 공산당에게 총살 당하고 거기에 장례를 지내고 피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묘소를 방문하고 싶다는 말에 청년은 이젠 거기에 무덤이라곤 없고 모두 다 아파트 단지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육이오 때 북에서 피난 나온 사람들이 줄 잡아 3백만이고 그렇게 생긴 이산 가족이 천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저는 어머니와 동생들과 함께 폭탄과 포탄 총탄 세례 사이를 뚫고 남으로 목숨만 살아 남은 이른바 1.4 (1951년 1월 4일)후퇴 때 피난 나온 ‘피난민’ 혹은 ‘38 따라지’입니다. 대한민국 해군에 입대했고, 운이 좋아 미국에 유학하고 돌아 와 명문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 퇴임할 수 있었으니 행운아 중의 행운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1월 25일) 남북평화재단이 ‘남북한 사회통합 실천의 길: 새터민들에게 묻는다’라는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 재단의 이사라는 책임 때문 만이 아니라 이북에서 내려 온 ‘피난민’의 한사람으로 최근에 북에서 어렵사리 탈출해서 남한에 몸부쳐 사는 이들과 직접 만나 보고 싶고 이야기도 듣고 싶어서 참석했습니다. 종로 5가에 있는 기독교회관 강당을 꽉 메운 모임에서 6 명의 젊은 ‘새터민’들이 발표를 했습니다. 그들이 말하길 지금 남한에 와서 살고 있는 ‘새터민’의 수는 1만 3천명이라고 합니다.


발표한 젊은이들은 남한에서 대학도 나오고 대학원에 재학중인 이거나 북한 주민이나 새터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이들이었습니다. 모두 깔끔하고 준수하게 생긴 건강하게 보이는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말을 이북 말씨 별로 없는 표준말로 또박 또박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발표를 할 때 시간제한이 있는 데도 제시간 안에 간략하게 말하는 재주도 뛰어 났습니다. 그런데 여섯사람이 한결 같이 새터민들은 동남아 이주 노동자나 중국 조선족들 보다 더 차별대우를 받으며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새터민들을 관리하는 정부의 공무원들 까지도 “귀찮다. 이젠 제발 탈북자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까지 노골적으로 새터민들을 미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어른들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고 최저 생계비로 겨우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300여명의 젊은 탈북자들이 영국으로 이주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속으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거울 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의 황금 만능주의, 극도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과소비주의, 연고주의와 배타주의, 협소한 민족주의와 지역주의, 혈연주의와 학별주의, 반공의식 그리고 인종차별주의를 이들은 고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의식을 가지고 어떻게 남과 북이 통일이 되고, 통일이 된다 해도 그 다음에 어떻게 한 나라를 이루고 이웃으로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날 우리에게 던져 준 커다란 숙제이며 의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통일을 준비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남북 주민의 의식과 문화의 격차를 보면 통일은 앞으로 5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말은 탈북해서 10년이 넘게 살았다는 이의 말이었습니다. 통일의 문제는 제도적 문제 만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문제, 우리 의식과 생활문화의 문제라는 것이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한 발표자가 제안하기를 탈북 청소년을 위한 ‘문화 센터’를 마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서 남북한의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화 센터에서 새터민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북에서 온 아이들이 남한의 학교 공부를 따라 가기도 힘들지만, 그 중 영어 공부가 제일 어렵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 처럼 비싼 과외를 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학교 성적은 떨어 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더욱 선생과 학생들에게 왕따 당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80 고개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우리 은퇴한 대학 영어 교수들, 미국 유학 다녀 온 늙은이들이 자원 봉사 영어 선생으로 나서서 ‘새터민 영어 학원’을 개설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 처럼 피난민의 설움과 한을 안고 사는 늙은이들이 피난민 2세 3세들인 새터민의 어린이들에게 멋있는 영어교육을 무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이겠습니까?


저와 뜻을 같이 하는 은퇴하신 대학교수님,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들은 남북평화재단에 전화를 주시든지 다음 메일 주소로 뜻을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남북평화 재단 전화: 02-6261-0615. 메일 주소는: koreapeace@hanmail.net 입니다.


서  광 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남북평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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