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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이를 위한 나라가 아니다
  글쓴이 : 서광선     날짜 : 08-05-06 10:33     조회 : 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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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를 위한 나라가 아니다


최근 잘 나가는 젊은 영화배우가 대낮에 사람들과 자동차가 붐비는 노상에서 70대 노인을 폭행하고 자동차에 매단 채 주행하면서 흉기로 위협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나는 그 배우의 기자회견을 지켜보았습니다. 배우답게 울먹이기도 하고 회견 도중 덥석 주저앉아 무릎을 꿇고 자기 아내와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시청자의 입장에서나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진정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알 길이 없었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다 이야기했으니 차차 밝혀 질 것이라는 말 만 되풀이 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 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연극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사람이 배우라는 것 때문에, 그리고 그런 편견 때문인지 이 사람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자들이 다시 폭행당한 할아버지를 찾아가 취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가해자 청년을 용서했다고 하면서도 "화해한 적도 없고 합의를 본 것도 없다"고 강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잘못했다고 해서 용서는 했지만, "합의"같은 것은 한 적이 없다고 되풀이 하는 것입니다. "합의"라는 말에는 "금전 거래가 있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난 돈을 바란 적도 없고, 돈을 받은 것도 없다"고 변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이 노인 폭행 사건을 대하면서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No Country for Old Men)" (우리나라 영화관에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번역했습니다.)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미국 서부의 황량한 사막 지방에서 일어나는 돈과 마약 장사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폭력에 희생되는 피로 얼룩진 영화였습니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도 의심스럽고 어떻게 이런 영화가 그렇게 많은 상을 받았는지 이해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역시 폭력이 날뛰는 나라, 늙은이들은 마음 놓고 살기 어려운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인가요? 2001년 9월 11일 뉴욕과 수도 워싱턴에서 무슬림 근본주의자들의 비행기 자살 공격을 받은 이후, "국가 안보"를 강조하고 나라를 봉쇄하다 싶이 외국인 출입을 통제하고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키면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광범위한 전쟁을 감행할 정도이니, 역시 늙은이들이 살기 어려운 나라, 그런 세상이 되어 간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잡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는 늙은이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나라인가 묻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년퇴임 이후 자동차 운전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에 의존하며 살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지하철을 타게 되면 65세 이상 되는 노인들은 50% 만 차비를 받는 데 우리나라 지하철은 전액 무상입니다. 그래서 지하철 운영이 적자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미안할 정도로 감사할 일입니다. 그리고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좌석이 몇 개 나마 마련되어 있고, 노인석이 차 있으면, 젊은이들이 앉아 있는 데로 가면 미안하게도 젊은이들이 자리를 양보하기도 합니다. 그 뿐인가요, 지하철 역 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그 높고 깊은 계단을 걸어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늙은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야"하고 지하철 자랑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일반 버스나 좌석 버스를 타면 사정이 다릅니다. 한번은 값 비싼 좌석 버스를 탔는데 제가 차 값을 내고 좌석에 앉기도 전에 예고 없이 출발하는 바람에 저는 꺼꾸러졌고, 그러면서 저는 허벅지에 타박상을 입었습니다. 버스 기사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고 오히려 "왜 늙은이가 조심하지 않느냐"는 투로 노려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젊은 난폭한 운전기사에게 무슨 난폭한 말을 들을지 몰라 겁이 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쩔룩거리며 좌석에 앉았습니다. 눈물이 나도록 아픈 허벅지를 부비 다가 겨우 일어나 차에서 내렸습니다. 며칠 동안 파스를 붙이고 진통제를 먹으면서 "아, 우리나라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소리만 되풀이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증가 일로에 있습니다. 지금은 전체 인구의 7% 정도가 60세 이상의 "노인"이라고 하는데 10년 안으로 그 배가 된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은 점점 더 높아 져서 80세 이상의 노인이 주로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게 되고 60세에 은퇴하게 되면 80세 까지 20년 동안 무직으로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요사이 젊은이들이 결혼해서 출산하기를 꺼려한다고 하면서 연간 출산률이 1%를 겨우 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님을 모시는 젊은이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10년 후에는 60세 미만의 인구와 60세 이상의 인구가 맞먹게 된다는 이야기이고 젊은이 한사람이 늙은이 한사람을 부양해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나라의 어른들을 모시기 위해서 세금도 많이 내야하고 부모님들 집도 마련해야 하고 오락과 운동, 병원비에다 보험 까지 들어 드려야 하는 무거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있었다고 하는 "고려장"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병들고 늙어가는 거동이 힘들어 진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산속에 묻어 드려야 하는 가난한 "효자"의 안타까운 심정, 죽으러 가는 어머니는 아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길을 잃을까 보아 나무 가지에 표시를 해 주었다는 이야기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옛날 이야기입니다. 그런가 하면 요사이 우리 늙은이들이 모여 앉아서 병원 이야기가 나오면, 중환자가 되면 수술 하노라 고생할 것 없고, 수술 한 뒤에 아이들 고생 시킬 것 없이 그냥 "천수"대로 죽어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늙은이들은 "이나라가 노인들이 편안하게 살수 있는 나라인가?" 물으면서도, 젊은이들과 나라에 폐가 되지 않게 너무 오래 살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위해서 설치되었다고 써있고, 지하철 차 안에는 노인들과 장애인과 임산부를 위한 좌석이라고 써있습니다. 저는 70대 후반의 노인의 입장에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인가 심각하게 묻게 됩니다. 한 사회의 소수자들, 소외된 자들, 장애인들, 몸이 불편한 노인들, 임산부들, 어린 아이들이 안전하게 걸어 다니고 차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나라가 평화로운 나라이며, "인간 안보"가 잘 되어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안보"도 중요하지만, "국가 안보"를 위해서 국방비를 늘리고 최신 무기를 천문학적 값으로 사드리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늙은이들이 행복하게 느끼며 안전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의 늙은이들, 아이들, 그리고 장애인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게 되면 국가 안보와 평화는 동시에 스스로 성취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5월에는 우리 달력에 어린이날이 있고 어머니 날, 어버이 날, 가정의 날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잔소리만 하는 늙은이들, 그런 늙은이들을 없인 여기는 아이들, 폭행과 폭언이 난무하는 가정과 사회가 아니라, 존경과 사랑과 돌봄이 있는 따뜻하고 질서 있는 사회를

우리는 원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상속할 것이 많은 사람들이 상속세를 안 내거나, 감소하라고 정부에 압력을 넣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속세는 의당 내야 한다고 하고, 국가에 대해서 부자들이 내는 세금을 공교육과 사회 복지를 위해서 많이 써야 한다고 발언하는 노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떳떳하게 "우리나라는 노인이 살만한 나라이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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