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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보면서
  글쓴이 : 서광선     날짜 : 08-02-28 16:40     조회 : 2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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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을 지켜 보면서


                             

2월 25일 나는 아침부터 제17대 대통령 취임식 생중계를 지켜 보았다. 수 많은 외국사절들이 여의도 찬 바람을 마다 않고 엄숙한 얼굴로 단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우리 얼굴 빛과 비슷한 나라의 원수들과 사절들이 많이 앉아 있는 모습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6만명이라고 하는 보통 사람들이 초대 받아 와서 남녀 노소 새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그림은 마음 뿌듯하였다.


취임식 전체의 순서를 보더라도 음악과 춤, 의장대 행진 등, 모든 차례가 빈틈 없이 준비되어 있었고 차질 없이 잘 진행되는 것에 감탄하였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 역시 오늘날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은 다 한 셈이라고 생각했다. 짧은 문장들이 잘 다듬어 져 있었고, 대통령의 음성은 자신이 하는 말을 뒷 받침하는 진지함과 열정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커다란 감동을 준것은 병중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한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앉아서 취임식을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노무현 직전 대통령이 신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과 신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의 손을 잡으면서 환송하는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하는 감동을 느꼈다.


이 명박이라고 하는 한 개인이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것이 기쁘고 눈물 흘릴 정도로 감격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평화적 정권교체의 현장, 그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 그 역사적인 광경에 감동한 것이었다. 나의 70 평생, 일본식민지 시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는 정권교체가 무엇인지는 물론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말도 잘 모르고 살아 왔다. 미국 유학을 하면서 미국 대통령들이 국회 의사당 앞에서 바이블 위에 손을 얹고 맹세를 하고 취임하는 멋있고 평화로운 광경을 텔레비젼을 통해 보면서, 미국 같은 나라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덤덤하게 보던 기억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우리의 제1대 대통령, 민족의 해방자, 독립투사, ‘국부’로 존경받은 이 승만 대통령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독립 운동을 하면서 평화적 정권교체가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만한 분이면서도 평화적 정권교체라고 하는 민주주의 정치를 실현하지 못했다. 불법적 정권 연장을 획책하여  결국 4.19 혁명, 젊은 학생들의 절규를 총탄으로 맞서다가  경무대에서 추방 당한 것을 기억한다. 이승만 독재 정권을 4.19 민주정신으로 이어 받았다고 하는 민주당 정권은 군사 혁명에 의해 정권을 빼았겼다. 선거도 없이, 총칼로 빼앗은 군사 독재 정권은 3선을 되풀이 하다가 남북 분단 상황을 구실로 ‘유신’을 발포하고 정권을 ‘긴급조치’로 연장하면서 모든 민주화 세력을 탄압했고 그러한 세월을 우리는 살아 왔다. 18년 동안 정권 교체, 더욱이 평화적이며 민주적인 정권교체는 우리 ‘정치학 사전’에서 없어 진 셈이었다. 결국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이 쏜 총탄에 맞아 쓰러졌다. 그에게 몇 번의 대통령 취임식은 있었지만, 편안한 등을 보여 주는 이임과 환송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비극의 정권 교체’가 ‘장충 체육관’ 선거로 이어 진것이 우리의 70년대와 80년대였다. 우리는 국민의 입과 귀를 막고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이라고 호령하는 시대도 살아 왔다. 87년 민주 항쟁은 헌법을 고치고 그야 말로 오래 간만에 대통령을 선거권자들이 ‘거룩한’ 한 표를 던져 뽑았던 것이다. 그리고 1988년 대한민국 건국 40년 만에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라는 것이 무엇인지 국회 의사당 행사에서 보게 된 것이다. 그러는 동안 외적과 싸워야 하는 우리 군인들은 국내 정치 하노라 너무도 바빴고 , 권력의 맛을 보고 부패하기도 했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이 국회 청문회에서 호된 심팜을 받기도 하였다. 그것 역시 민주화의 승리였고, 민주화 덕분이었다.


2008년 2월 25일 아침, 이 명박 대통령 취임식 단상에 앉아 있는 전직 대통령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지난 20여년 동안의 한국 정치의 역사를 회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화’라는 것이 이렇게 아름답고 건강한 것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이 어떻게 광주 항쟁을 진압하였지 역사는 알고 있고, 1980년 서울의 봄을 서울의 겨울로 떨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을 만인이 알고 있지만, 평화적 정권교체의 오늘의 현장에 나와서 ‘민주화 대통령’들과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착잡한 감정을 억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자랑스러웠다. 우리 젊은이들이, 젊은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기독교 지성인들, 불교의 젊은 스님들이, 목사님들, 신부님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고, 경찰이 쏘아 대는 최류탄으로 한 맺힌 눈물을 흘리던 세월, “민주주의가 아니면 죽음을” 외치던 순교자들의 젊은 얼굴들을 떠 올리며, “민주화, 참 잘했다, 잘 했어. 우리의 희생이 아깝지 않아!”  나는 가슴 속 깊이 이 말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 대통령의 잘 다듬어 진 취임사 속에 두 마디 말이 귀에 남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날을 회고하면서 우리가 성취한 것을 “산업화와 민주화”로 요약하는 데 귀가 솔깃했다. 그러면서도 그가 강조한 것은 민주화 보다는 산업화였다. 우리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더욱 더 열심히 일해서 한강의 기적과 ‘신화’를 ‘선진화의 기적’으로 이어 가겠다는 것이었다. 역시 “돈 벌게 해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취임사의 시작 부분에서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나란히 내 세웠지만, 결국 ‘민주화’ 이야기는 사라지고 산업화와 경제대국, 돈버는 나라, 행복한 국민 이야기가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었다.


나는 평화적 정권교체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감동이 염려로 바뀌었다. 1970년 대 ‘개발 독재’로 온 국민이 ‘산업화의 노예’로 말 없이 땀 흘리고 있을 때, “민주주의는 산업화 해서 국민 소득이 만불 정도 될 때, 할수 있는 것이다”고 욱박지르는 말을 너무도 많이 들어 왔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민주주의 없는 산업화에 시달려 온 역사적 경험이 있다. 우리는 재벌들이 돈 버는 이야기를 계속  들었지만 행복했던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군사독재와 개발독재가 물러간 지난 20여년 동안, 민주주의 있는 나라의 산업화의 진도와 양과 질을 체험하고 있다.

새 대통령은 이제 다시 산업화를 강조하면서 민주주의는 소홀히 할 것인가? 산업화만 강조하던 70년대 개발 독재 시대로 시계를 되돌릴려는 것은 아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는 ‘민주화’의 피 어린 역사와  4.19와 5.18의 민주 항쟁의 기초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를 소홀히 하고 망각하면서  한 발자국도 ‘선진화’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선진화’는 자유와 정의, 그리고 평화라고 하는 보편적 민주주의 정신과 삶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우리 분단의 상황에서는 통일을 향한 개방, 화해, 평화를 이룩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들을 ‘산업화’ 앞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러한 뜻이 새 대통령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서 광 선(이화여대 명예교수, 남북평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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