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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 전단,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인가?
  글쓴이 : 이재봉     날짜 : 08-11-14 17:18     조회 : 2094    
 

대북 전단,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인가?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한다는 민간단체 회원들이 수년 전부터 해마다 100만장 이상의 전단을 북녘으로 보내왔다고 한다. 북녘 사람들에게 김정일 체제를 비난하고 남한의 실상을 알림으로써 궁극적으로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겠다는 발상인 듯하다. 대외정보가 차단된 철저한 통제사회의 사람들에게 남북을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그들이 남쪽 사회를 동경하며 자유와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 운동'엔 부정적 측면이 더 크지 않을까?

  

 첫째, 북녘 사람들이 전단을 받아보고 남북의 실상을 파악하게 되더라도 그 때문에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가 북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 있다는 남한에서도 일반인들이 북한의 출판물을 읽거나 소지하면 처벌받기 쉽다. 북녘 사람들이 남쪽에서 날아온

‘불온문서'를 읽거나 소지하는 자체가 어렵겠지만, 설사 전단을 통해 자유와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더라도 북녘 체제에 저항하거나 남쪽 체제를 동경하며 탈출을 시도하다가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또한 전단에는 남한의 대북 라디오방송 주파수도 소개한다는데, 북녘 사람들이 남쪽 방송을 듣는 것은 범법 행위다. 남쪽 사람들도 북녘 방송을 들으면 간첩으로 몰리기 쉬운 형국에 북녘 사람들이 남쪽 방송을 듣다 발각되면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 생각해보자. 의사가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더라도 환자가 죽어버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비록 북녘 사람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다는 선의의 행위라 할지라도 그들을 범죄자로 만들어 최악의 경우엔 목숨까지 잃도록 이끌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남쪽의 전단이 북녘에 많이 들어갈수록 북녘 당국의 감시와 단속 또는 탄압이 심해질 것이다. 어느 나라 어느 정부가 자신의 지도자나 체제를 부정하는 유인물이 살포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겠는가. 북한의 개방과 민주화를 위한다는 행위가 북한 체제를 오히려 더 폐쇄적인 독재로 이끌기 쉽다.

  

 셋째, 대북 전단 살포 행위는 남북 관계를 경색시킬 게 분명하다.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경고한 터다. 남북 사이에 갈등과 긴장을 높이고 전쟁을 부추기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누구든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의 경고와 남한 당국의 만류를 무시하고 전단을 살포하는 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무슨 도움이 될지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넷째, 전단을 보내는 사람들의 의도대로 북녘 사람들이 전단을 통해 자유와 인권 또는 민주화 문제에 눈을 떠 김정일 체제를 무너뜨리거나 남쪽으로 넘어온다면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이 찾아오고 북녘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만에 하나 북한 체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거나 붕괴한다면 북한의 민주화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보다는 중국의 개입에 따른 무력충돌이나 전쟁까지도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무너지면 남쪽의 미군들이 압록강-백두산-두만강까지 올라가 주둔할 가능성이 있는데 중국이 이를 지켜보고만 있겠는가.

  

 중국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북한 강경파 군부의 결사항전에 따라 제 2의 한국전쟁 또는 최소한 게릴라투쟁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남쪽의 지도자들이 통일이 되면 북녘의 통치자들에게 응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는 마당에 남쪽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보복이 가해지는 것을 보면서도, 100만이 넘는 병력과 첨단무기를 가지고 있는 북녘 지배층이 붕괴 위기에 처하면 남쪽에 순순히 투항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순박한 발상이 아닐까. 이른바 '선군정치체제'가 무너질 것 같으면 군부가 남쪽에 투항하기보다는 결사적으로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북한의 붕괴가 중국의 개입이나 무력충돌 없이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로 이어진다 할지라도, 남한은 그 혼란을 수습하고 북녘 사람들을 껴안을 수 있는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 예를 들어, 2008년까지 북녘을 탈출해 남쪽에 들어온 사람은 15,000명 안팎일 텐데 이들 가운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느 정도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은 겨우 15% 정도라는 보고가 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합법적으로 북녘에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탈북자들이 30%를 넘는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이들 가운데는 실제로 도둑이나 강도 같은 죄를 짓고 감옥에 가는 사람들도 생겼고, 다시 남쪽을 탈출하려다 붙잡힌 사람들도 나타났으며, 심지어 목숨 걸고 들어온 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나온 게 아니겠는가.

  

 따라서 대북 전단 살포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인권과 자유를 박탈당하며 굶주림으로 고생하는 북녘 동포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전단 대신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쌀 한 줌이나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옷 한 벌 또는 연탄 한 장이라도 보내는데 힘을 보태는 게 바람직하다. 나아가 남북 사이의 갈등과 긴장을 줄이며 화해와 협력을 통해 북한이 개혁과 개방 그리고 민주화의 길로 나설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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