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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글쓴이 : 이재봉     날짜 : 08-03-24 11:33     조회 : 4788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너무 개인주의적 경향으로 흐른다는 소리를 종종 듣게 된다. 남을 의식하거나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풍조를 가리키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런 평가는 잘못된 것이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해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가 아닌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비슷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 둘은 크게 다르다. 쉽게 얘기하자면, 개인주의는 말 그대로 '개인'을 중시하는 것이고 이기주의는 '이기' 즉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이다. 여기서 개인과 자기는 다르다. '개인'은 집단이나 단체와 반대되는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요, '자기'는 다른 사람과 반대되는 '나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개인주의는 집단이나 단체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 또는 이익을 중시하거나 앞세우는 것으로, 이에 반대되는 말은 집단주의나 전체주의다. 그리고 이기주의는 남이야 어떻든 나 자신만 생각하고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는 태도나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이에 반대되는 말은 다른 사람의 이익과 행복을 추구하는 생각이나 행위를 의미하는 이타주의다.

  개인주의에 대한 오해 또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혼동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주의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향이 크지만, 개인주의엔 매우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앞에서 개인주의를 "개인의 자유와 권리 또는 이익을 중시하거나 앞세우는 것"이라고 정의했는데, 개인은 '나'뿐만 아니라 '너'와 '그'도 포함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점이다. 즉 나의 자유와 권리 또는 이익을 먼저 추구하더라도, 남의 자유와 권리 또는 이익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러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되 남을 배려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남에 대한 배려와 관련하여 다수결제도의 논리도 비슷하다. 다수결제도는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또는 필수 요인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에 대한 철학은 널리 알려져 있지도 않고 잘 지켜지고 있지도 않다. 건전한 다수결의 철학은 '다수의 통치 (majority rule)'와 '소수의 권리 (minority right)'가 공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다수가 통치하되 소수의 권리를 배려한다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소수에 대한 배려가 없이 다수의 횡포만 보일 뿐이다.

  우리는 서양 특히 미국의 개인주의와 다수결제도를 받아들이면서 다른 사람이나 소수에 대한 배려는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자유와 권리 또는 이익만을 내세우는 이기주의만 키워오고 다수의 횡포만 부려온 셈이다. 세계화를 지향하며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연스럽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탕이나 알맹이를 모른 채 껍데기만을 따라하는 짓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주의를 모욕하지 말아야 하고, 다수결제도를 남용하거나 오용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개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로 미국을 들 수 있다. 개인주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미국에서는 건물을 출입할 때 저만큼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으면, 일행이나 아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가 올 때까지 출입문을 잡고 서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차를 몰고 가다 길을 건너려는 사람을 발견하면, 건널목이 아닌 곳에서도 차를 멈추고 보행자가 먼저 가도록 배려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사회에서는 바로 뒤에 사람이 따라와도 그를 위해 출입문을 잡아주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뒷사람이 다치기 쉬운데도 말이다. 횡단보도에서조차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길을 건너려는 사람이 보이면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기는커녕 자신이 먼저 지나가겠다며 저 뒤에서부터 경적을 울리고 전조등을 번쩍거리기 일쑤다. 보행자의 자유와 권리가 우선이지만 말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 지정된 주차공간이 많이 있는데도, 몇 분을 걷기 싫어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건물입구에 차를 세워놓는 것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주차금지'라는 표지판이 서있는데도 말이다. 버스나 기차 안에서 주위 사람들이 책을 보든 잠을 자든 큰소리로 통화하거나 떠드는 게 승객으로서의 자유와 권리일까? 이렇게 자신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 남에게 손해나 불편을 끼치는 행위는 개인주의가 전혀 아니다. 무례요 병적인 이기주의일 뿐이다. 공공영역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진정한 개인주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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