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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가능성을 단 1%라도 낮추기 위해
  글쓴이 :      날짜 : 11-01-20 11:01     조회 : 1788    
전쟁의 가능성을 단 1%라도 낮추기 위해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교수, 평화연구소장)

2010년 12월 20일, 원고 마감일을 넘겼지만 이 글을 시작하지도 못했습니다. 11시쯤 운전하면서 오후에 연평도 사격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는 긴급뉴스를 듣느라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한참 동안 차에서 내리질 못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남한은 연평도 사격훈련을 계획대로 끝냈고 북한은 예상과 달리 도발하지 않았다는 저녁 뉴스를 들으며 겨우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남쪽의 사격훈련에 대해 북녘이 전면전까지 들먹이며 기어코 응징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대응하지 않았다니 조금이나마 진정이 됩니다. 그러나 오늘밤에라도 또는 잊을만하면 기습하지 않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내일은 남쪽에서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최전방 애기봉 등탑에 불을 밝힌다는데 북녘이 호언해온 대로 ‘격파사격’을 실시하여 이제는 육상에서 무력충돌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근심도 생기고요. 나아가 2011년 새해가 되어 독자들이 이 글을 접할 때쯤이면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평양이 잿더미로 변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방정맞은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사격훈련을 실시하지 않는 것을 ‘굴복’으로 간주하며, 대화나 협상을 요구하면 ‘패배주의’로 폄하하고 평화를 주장하면 ‘친북’이나 ‘종북’이라고 비판하는 호전적 분위기에 몸서리를 치게 됩니다. 평화통일을 추구하면 간첩이 되고 무력북진통일을 주장해야 애국자가 됐던 1950년대로 되돌아가는 듯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전쟁을 하지 못해 안달을 부리는지 궁금해집니다. 김정일의 기를 꺾거나 굴복시키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군부의 도발을 유도하여 전면전을 벌여서라도 북한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서일까요? 혹시 명분도 원칙도 없는 군 인사에 대한 군부의 불만과 비판을 잠재우거나, 예산안 날치기에 대한 야당의 반발과 부정적 여론을 억누르고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한 속셈은 아닐까요?

저는 1999년 6월 이른바 1차 연평해전을 지켜보며 [남이랑북이랑 더불어 살기위한 통일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전쟁의 가능성을 단 1%라도 낮추기 위해 다양한 평화운동에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오고 있고요. 그래서 갈등과 긴장 그리고 무력충돌까지 몇 차례 불러온 북방한계선 (NLL)의 문제점에 관해 여기저기서 강연해오고 이곳저곳에 글을 써왔습니다만, 다시 한 번 북방한계선의 성격을 밝히며 전쟁 예방을 울부짖듯 호소하고 싶습니다.

북방한계선은 1950년대 정전협정에 반대하며 무력 북진통일을 고집하던 이승만 정부의 해상 도발 및 북침을 막기 위해 미군 (유엔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통제선입니다. 북쪽 함정이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한 경계선이 아니었다는 뜻이지요.

북한은 이러한 북방한계선이 해주항을 비롯한 황해남도 연해를 봉쇄하면서 북쪽 영해를 침해한다고 1970년대부터 수없이 ‘월선’을 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1996년 김영삼 정부 시절 이양호 국방부장관은 국회에서 “북한 함정이 NLL을 넘어와도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며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몹시 반북적인 [조선일보]조차 이 장관의 말이 맞다고 제대로 지적했고, 미군 (유엔군)은 남북한이 논의를 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했고요.

그러다 1999년 6월 1차 서해교전이 터졌습니다. 남한 함정의 밀어붙이기로 북한 함정 1척이 침몰되어 군인 20-30명이 물에 빠져 죽었지요. 남쪽에서는 승전을 환호하는 축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가운데 해군에서는 주요 일간지에 대문짝만한 광고를 실어 온 국민을 상대로 “민과 군이 함께 애창할 수 있는 승전가”를 현상공모하기도 했습니다. 3년 뒤 2002년 6월 2차 서해교전에서는 북한의 보복 기습으로 남한 고속정 1척이 침몰되어 군인 6명이 죽었습니다. 당연히 초상집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었지요.

다행히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서해에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남한군의 해상도발 및 북침을 막기 위해 미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북방한계선과 12해리 영해를 규정한 1982년의 유엔해양법에 따라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 군사분계선의 겹치는 부분에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자는 게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실용적이고 평화적인 합의조차 일방적으로 폐기해버렸습니다. 정상 간의 합의조차 무시해버린 것이지요.

2009년 11월엔 3차 서해교전이 일어나 북한 경비정 1척이 절반 정도 파괴되어 도망치듯 돌아갔습니다.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쪽 경비정에 즉각 발포한 남쪽 군인들은 영웅 대접을 받았고요. 그 때 북한은 앞으로 반드시 보복하겠노라고 공언했다는데, 2010년 3월 백령도 근처에서 훈련하던 천안함이 침몰하여 40-50명의 남쪽 군인들이 희생당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11월 연평도 근처에서 훈련하다가 북한의 포격으로 2명의 민간인까지 죽게 되는 참상이 빚어졌고요.

서해에서의 이러한 갈등과 긴장 그리고 무력충돌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요? 남북의 젊은이들이 번갈아가며 물에 빠져죽거나 대포에 맞아죽어야 하는 이 비극은 언제쯤 완전히 멈출 수 있을까요? 남한이 군장비를 현대화하고 서해 5도를 요새화하며 미국의 핵 항공모함을 참여시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북한의 NLL 침범과 도발이 사라질까요? 우리가 민방공훈련을 강화하며 대피소 시설을 보강한다고 민간인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요?

또한 연평도 주민들을 피난시켜놓은 채 서해 5도 어부들뿐만 아니라 동해 어부들에게도 어업을 중단시키고, 육지의 접경지역 주민들과 개성공단 사업자들을 통제하며 많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가운데 사격훈련을 강행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떤 실익이 있을까요? 무역으로 먹고살게 된 남한과 중국의 교역량이 남한과 미국 및 남한과 일본과의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아진 터에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를 무시하면서 미국에 의존하고 일본의 지지를 받아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게 얼마나 국익에 도움이 될까요?

그런데 이렇게 민감한 지역에서 북한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사격훈련을 하다가 만에 하나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다면 가장 먼저 어떤 사람들이 죽게 될까요? 북한을 자극하며 도발과 무력충돌을 부추기는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은 대부분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것 같은데 그들의 아들이나 손자들이 전방에 있어도 전쟁 불사를 외칠까요?

남쪽에서는 죽어도 북방한계선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북쪽은 기어코 자신의 영해를 찾아야겠다고 고집하는 한, 갈등과 긴장은 사라질 수 없고 무력충돌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서해에서 분쟁의 씨앗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영토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경을 초월하는 평화공원 (transfrontier park for peace)’을 만든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 사례를 두 가지만 들겠습니다. 하나는 1924년 유럽의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 (지금은 슬로바키아)가 제 1차 세계대전에 따른 영토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접경지역을 서로의 자연보호구역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18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무려 170년 동안 영토를 둘러싸고 몇 차례 전쟁을 치른 남미의 에콰도르와 페루가 국경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1999년 접경지역에 비무장 평화공원을 세운 것입니다.

앞에서 얘기한대로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가 바로 이런 성격입니다. 남북이 서로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남쪽지역과 해상경계선 북쪽지역 사이의 분쟁지역을 비무장 평화구역으로 설정하여 공동어장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서해에서의 갈등과 긴장 그리고 도발과 충돌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훌륭한 안보대책이요 실용적 해결방안이 아닐까요? 남북 양쪽 지도자들의 합리적 선택과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하게 염원합니다.

[기독교세계] 2011년 1월

김정희   11-11-11 19:36
이박사님,
이제는 2011년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2010년과는 달리 큰사건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한미 합동훈련을 계속 되고 이럴 때마다 북한은 강한 대응 발언으로 불안감조성은 여전한것 같습니다.

남북한 분단은 말씀하신 것 처럼 외력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이박사님처럼 남과북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몫을 해야 할 사람들은 우리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가 이런 자유평화을 위해 행동할 수있는 국내법이 보장이 되어야 하고 한국정부가 어떤 정당이 권력지배를 하든지 간에 이런시민단체를 이데올로지로 밀어 붙이지 못하도록 국제여론도 동시에 함께 조성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프랑스에 살고 있고 계속 해외에서 거주하지만 남북평화통일은 우리세대에서 이루어야 우리후손들에게 무거운 짐을 넘겨주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저도 박사님이나 남북평화재단에 조그만 도움이 될 수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찾아 뵙고 좋은 말씀을 나누여 남북평화통일 전략을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야 할 것으로 사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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