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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평화학의 아버지’ 요한 갈퉁 교수의 창조적 제안
글쓴이 :      날짜 : 07-10-23 10:47     조회 : 1955    

▲ 요한 갈퉁 교수의 강연회 모습 ©남북평화재단

‘평화학의 아버지’ 요한 갈퉁 교수의 창조적 제안
“국가통일 아닌 민족통일이 중요”
2007-10-17 오후 2:17:58 게재

국가통일 우선한 독일은 후유증 심각 … ‘미국 주도’ 6자회담은 우려

세계적인 평화이론가이면서 오랫동안 평화운동을 펼쳐온 ‘평화학의 아버지’ 요한 갈퉁(Johan Galtung·사진) 교수는 한반도 통일에 대해 ‘국가 통일’보다 ‘민족 통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평화재단이 16일 마련한 제4회 통일마당 강연에서 그는 “내가 72년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초지일관 가져왔던 입장은 민족의 통일”이라며 “독일 통일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민족 통일’은 사람과 생각과 물자의 자유로운 교류를 의미한다. 반면 국가 통일은 단일국가 혹은 연방이 되는 것이다. 민족은 삶을, 국가는 권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가통일로 사람들의 꿈이 죽었다” = 물론 그는 민족통일이 먼저 이뤄질 수도 있고, 국가통일이 먼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본다. 민족통일에서 그칠 수도 있고 국가통일에서 그칠 수도 있다.
그가 보기에 독일은 민족통일이 실패했다. 구 동독지역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뿐만 아니라 특히 젊은이들이 떠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동독인들의 꿈을 통일이 죽여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통일 직전 동독에서 일어난 시위 구호는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었다. ‘우리는 하나의 독일민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나의 국가’는 아니었다. 민족통일을 원했던 것이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라고 했을 때의 그 자유도 ‘여행의 자유’였다.
갈퉁 교수는 “그렇지만 서독에서는 ‘하나’라는 말만 잡아내 ‘하나의 국가’를 의미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사용했다”며 “그것은 곧 서독에 의한 동독의 ‘식민화’를 의미했다”고 결론 내렸다.
최근 동독출신의 많은 인사들이 통일과정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갈퉁 교수의 이런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통일 이후의 후유증은 차치하고서라도 통일을 통해 ‘좌우대립’이라는 기존의 이념을 넘어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어떤 통일이냐’는 질문”이라는 갈퉁 교수의 도전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미국의 최초 의도는 북한 고립 = 그가 보기에 6자회담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틀 안에 집어넣은 것이다. 북미대화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미국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는 논리다. 당초 미국이 기획했던 6자회담의 구도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5개국과 북한이라는 대립구도였다. 좀더 효과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계산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6자회담은 미국의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남북한과 중국 사이의 대화가 긴밀히 이뤄지게 되면서 미일동맹과 대항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러시아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갈퉁 교수는 “6자회담을 통해 분명해진 것은 미국이 확실한 방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결코 북한이 변화를 수용하거나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미국의 협상’을 촉구했다.

◆평화적 남북관계가 6자회담의 대안 = ‘협상’이라는 단어는 그가 강연 내내 강조한 미국에 대한 비판적 태도의 연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스스로를 국가 위의 국가라고 생각하는 미국에게 ‘협상’은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에게 협상은 보통국가와 보통국가 사이에서 무언가를 주고받으며 이뤄지는 것이지 미국과 하위국가 사이의 관계는 아니다. 미국은 하나님이 선택한 국가이며 미국인은 선민이기 때문에 ‘나는 선이며 나와 대립하는 존재는 악’이라는 구분도 뚜렷하다. 대신 ‘폭력과 돈’이라는 양면을 통한 복종만을 강요해 왔다.
이런 논리는 △내가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문제인 것처럼 보이게 하라 △언론을 동원하라 △절대 협상처럼 보이게 하지 말라는 외교 전략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던 것처럼 반대세력에 의한 반란 유도와 암살도 추가될 수 있다.
갈퉁 교수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가 있느냐고 하면 오히려 민주당이 더 나쁘다고 말할 수 있다”며 “20세기 미국이 일으킨 6번의 전쟁 중 5번이 민주당 정부에 의한 것이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렇다면 6자회담의 대안은 있을까. 그는 남북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족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그는 “북한 고위관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한국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 한국의 고위관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6자회담의 대안을 만드느냐는 미국을 중시하는 시각과 남북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력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갈퉁 교수는 누구
‘평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갈퉁 교수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평화학자이자 평화운동가다.
1970년대 동서의 냉전구도가 완화되고 남북문제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사회정의 차원에서 ‘적극적 평화’와 ‘구조적 폭력’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켜 평화 개념의 지평을 확대했다.
그는 72년 7·4남북공동성명이 나온 직후 판문점에 남북 공동의 ‘평화연구지역’을 만들 것을 제안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한반도 평화문제에 관여해 왔다.
페루와 에콰도르 사이의 국경분쟁 중재자로 참여해 98년 양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며 현재도 이스라엘·요르단 분쟁에서도 중재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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