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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원대 국문학 교수
   
  시인과 배추
  글쓴이 :      날짜 : 09-11-25 09:42     조회 : 1113    

봄이면 사과꽃이 하얗게 피여나고
가을엔 황금이삭 물결치는 곳
아 내고향 푸른 들 한 줌의 흙이
목숨보다 귀중한 줄 나는 나는 알았네

 
 

 북한시인 전동우의「나는 알았네」라는 작품입니다.「월미도」라는 유명한 영화의 주제가로 불리면서 시인을 일약 유명시인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북한에서는 아마 이 노래가 남한의「동백아가씨」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노래인 듯합니다.

전동우가 어느 날 ‘남새상점’에 배추 한 포기를 사러 갔습니다. 젊은 여점원이 바로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전동우는 모르는 체하고 배추를 사자 했더니 다 나가고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점원은 자기 앞의 손님이 바로 지금 자기가 부르고 있는 노래의 작사자인  줄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인은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낮에 보았던 바로 그 점원이 다 나가고 없다던 배추 한 포기를 들고 시인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점원은 미처 시인을 알아보지 못한 불찰을 사과하며 사연을 털어놓는 것이었습니다. 상점 안에는 젊은 점원 외에 나이 든 점원 한 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전동우를 알아보는 그는 먼 발치로 시인이 왔다가 빈 손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의아했습니다.

젊은 점원에게 방금 나간 손님이 바로 네가 지금 부르는 노래를 지은 시인인데 어쩐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제서야 자기의 실수를 알아챈 젊은 점원이 다른 상점에 가 배추 한 포기를 구해 가지고 시인의 집을 찾아 온 것이었습니다.
   
배추 한 포기도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없는 궁핍이 안쓰럽고,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염량세태의 단면이 엿보여 웃음도 나오지만, 돈 냄새보다는 사람 냄새가 더 진하게 느껴져 정겹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北 도시주민들은 배추와 같은 채소나 각종 생필품들은 "과일남새상점" 또는 공업품상점 등 공급(유통)체계를 통해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北의 소비문화가 南의 시장소비문화와는 전혀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1990년대 경제적어려움을 겪으면서 北의 상품공급은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공급과 수요에 맞춰있는 北상업유통체계와 우리사회의 넘치는 과소비문화를 비교해보는 것은 참 흥미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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