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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원대 국문학 교수
   
  대전의 새터민 처녀들
  글쓴이 :      날짜 : 09-11-06 14:22     조회 : 1412    

우연한 인연으로 대전 정착을 희망한 새터민 처녀 세 명의 후견인 노릇을 한 적이 있습니다. 후견인이라야 그저 낯선 곳에 내려와 새 삶의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그들의 상담역이 되고 자잘한 뒷일을 좀 도와주는 것 뿐입니다.

몇 해 전 추석 명절을 앞둔 어느날 그들을 찾아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남들이 다 즐거워 하는 명절에 그들은 오히려 더 쓸쓸할 것같은 생각이 들었던 때문입니다. 고기음식이라면 최고인 줄로만 알고 살아 온 내 생각대로 고깃집으로 들어서려 하자 그들이 말렸습니다. 자기들은 고기를 싫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부담을 생각해 그러는 줄 알고 그냥 들어서려고 했지만 한사코 말렸습니다. 자기들은 물고기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허름한 횟집이 있어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차림표를 살펴보던 그들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명태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나도 당황스러웠습니다. 횟집에 와 명태탕을 찾다니.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도로 나와 이집 저집 찾아다니다가 명태탕을 해 줄 수 있다는 집을 찾아 들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자 한소끔 끓여낸 탕 냄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처녀들의 반응이 또 심상치 않았습니다. 고춧가루 들어간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들이 먹지 못하는 건 고춧가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마늘이나 파, 양파같은 양념들도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먹어 본 적이 없는 때문이었습니다. 먹어본 적이 없어 그 자극적인 맛과 냄새가 영 비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고기를 싫어한다던 말도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의 소금간만 하다시피한 허연 동태찌개 하나를 더 시켜 함께 먹는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습니다. 서로 벽 쌓고 나뉘어 사는 동안 이질화의 골이 구석 구석 아주 심각하게 깊어져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밥술이나 먹고 산다고 가당치 않게 거드름이나 피울 일이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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